지난 포스팅에서 일본 집 입주 시 필요한 가전과 가구 리스트를 정리했었다. 사실 일본 집 입주 준비를 할 때는 또다른, 어쩌면 가장 머리 아픈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라이프라인(전기·가스·수도)' 신청이다.
나는 이번에 대행업체를 통해 진행했는데, 과정이 살짝 꼬이면서 약간의 고생을 할 뻔했다. 나처럼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동산 관리 회사와 중개 회사의 대행 서비스 중복 신청?] 에피소드를 공유해 본다.
1. "(중요)" 이메일의 함정: 관리 회사 연계 업체의 연락
어느 날 관리 회사와 연계된 업체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제목에 '(중요)'라고 적혀 있었고, 전기와 가스 등 라이프라인을 무료로 대행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집 계약을 마친 직후였고, 나는 이게 입주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절차인 줄 알고 덜컥 진행을 했다. 그리고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라는 회사가 보내준 링크를 통해 폼 작성까지 모두 마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꼭 해야만 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스스로 해야 하는 건 줄 알고 '중요'라는 단어에 급하게 처리했는데, 사실 그렇게 서두를 건 아니었던 것이다.
2. 무의식적으로 작성한 폼, 그리고 드러난 중복 신청
며칠 뒤 옥토퍼스 에너지에서 다시 이메일이 왔다. '중요사항설명'이라는 메일이었다. 나는 어김없이, 그리고 별생각 없이 링크를 클릭해 폼 작성을 시작했다. 이미 옥토퍼스 에너지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그냥 무의식적으로 작성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가스 같이 신청/신청 안 함' 항목이 나왔다. 당연히 같이 신청하면 더 매끄러울 것 같아 '신청함'을 클릭했다.
그런데 신청을 하고 핸드폰을 보니 중개 회사(부동산)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내가 미처 확인을 못했던 것이었다. 마침 방금 내가 작성한 메일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가스 신청은 '같이 안 함'으로 클릭하라고 했다. 그리고 가스 입회 희망 시간대를 저에게 물어왔는데, 저는 며칠 전에 이미 어딘가에 이 정보를 입력했던 기억이 났다.
3. 관리 회사 vs 중개 회사, 꼬여버린 신청과 바꿀 수 없는 시간
알고 보니 내가 처음에 진행한 곳은 매번 나랑 얘기하던 중개 회사가 아니라 관리 회사 연계 업체였다. 나는 당연히 중개 회사에서 연계돼서 온 연락인 줄 알았는데, 관리 회사 쪽이 먼저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대행하면 일종의 커미션이 있는 것 같다.
신청 자체는 사실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해야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가스 입회 시간이었다. 당시에는 모종의 이유로 오후 시간대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중개 회사에 며칠 전 신청한 내용과 함께 오전으로 변경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미 관리 회사 연계 업체 쪽에서 신청이 들어간 상태라, 새로 신청하거나 변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여기에 수도는 또 중개 회사에서 이미 신청을 마쳤다고 하니, 그야말로 정보가 꼬이고 꼬인 중복 신청 상태가 되었다. 수도는 이미 신청이 됐음에도 왠지 중복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인데, 이건 시간이 좀 지나 봐야 정확한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 중개 회사에서 한 번에 다 처리했더라면 훨씬 매끄러웠을 텐데, 이미 상황은 복잡해졌다.
💡 뒤늦게 알게 된 옥토퍼스 에너지와 가스 회사의 관계, 그리고 깨달음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신청한 옥토퍼스 에너지가 도쿄 가스(Tokyo Gas)의 자회사라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가스 같이 신청'을 선택해도 행정상 큰 문제는 없을 구조였지만, 이런 복잡한 지배 구조를 미리 알 리 없는 워홀러 입장에서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확실한 건, 나는 이메일 제목에 붙은 '(중요)'라는 단어에 제대로 낚여 행정적으로 꼬였다는 점이다. 입주 당일 방문 점검 예약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아직 매끄럽지는 않지만, 어찌저찌 수습은 했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은 나처럼 급하게 서두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처리를 중개 회사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개 회사를 통해 하는 게 간편할 것 같다.
물론 언어 문제도 없고 그냥 아무거나 상관없는 사람은 관리 회사를 통해 진행해도 된다. 근데 워홀로 가는 마당에 혹시 모를 행정적 리스크는 줄이는 게 좋은 것 같다.